기고/양진영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

10여 년 전만 해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던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이하 해썹)은 이제 먹거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단어가 됐으며, 그만큼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해썹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으로 식품 원료관리부터 생산 그리고 유통판매까지 단계별로 위해요소를 확인·평가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외국에서 먼저 도입이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인증을 받아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위해 우려 가능성이 높고 소비가 많이 되는 식품 유형(배추김치, 과자 및 캔디류 등)은 의무적으로 해썹을 인증 받도록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가 제공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해썹은 국내외적으로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높은 수준의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이다. 따라서 해썹마크가 부착된 식품은 보다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그 안전성을 검증한 제품이라 소비자들이 선택할 때 많이 살펴보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는데 필수인 식품 유형 외에도 자율 적으로 인증을 받아 제조 판매하는 업체도 물론 존재한다. 이처럼 보다 안전한 식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업체도 있지만, 시설 개선 등 비용 부담을 생각할 때 모든 기업의 참여를 강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위생관리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내부 관리 기준 외 시설 투자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최근 들어 큰비용을 들이지 않고 위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많은 방안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해썹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시설투자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식품에 해썹제도를 의무화하면 소비자들은 더 안심하고 안전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인 미만의 영세 업체가 전체 식품제조업체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해썹의 전면 의무화를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식약처에서는 ‘위해예방관리계획’을 마련해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시설관리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했던 기존의 해썹 인증제도 대신 제조업체들이 공정관리를 강화해 위생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해예방관리계획은 해썹 제도의 소프트웨어 부분인 위생관리 기능을 영업에 도입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 큰 시설투자 없이 식품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식품의 원료, 제조공정에서 유래될 수 있는 위해요소를 예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관리기준을 현장에 맞게 적용해 운영할 수 있게 적용하는 것이다.

2016년부터 이어온 위해예방관리계획은 현재 식약처 및 지방청의 설명회와 학계, 업계, 교육기관의 식품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지원단의 컨설팅을 원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민간지원단을 통해 관내 식품제조가공업체가 위해예방관리계획을 원활히 적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관내 약 3,200개 업체에 현장 컨설팅 등을 실시했으며, 올해도 65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설명회를 통해 위해예방 관리계획에 대해 안내 및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위해예방관리계획의 조기 안착에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점심시간 복도에서 마주친 직원이 “식사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해왔다.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한 인사말이지만 생각해 보니 이렇게 일상적으로 상대방의 식사 여부를 묻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보자면, 어느 나라던 ‘살기 힘들다’ 라는 표현을 쓰지만 우리나라처럼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관용어구가 있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먹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좋은 제도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영업자는 이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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